여유와 농담

좀머씨 이야기

금토끼칼 2021. 5. 25. 10:39

31킬로미터 트레킹 그리고 SOMMER

 

어제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아침에 가져온 트레킹화로 갈아신고서 출근 때 타고 온 차는 사무실 주차장에 세워둔 채 사무실을 나서면서 설렘과 걱정이 겹치는데 햇빛은 우중충하지만, 다행히 거리의 바람은 선선하여 오늘의 각오에 힘을 보태주는 듯하다. 책상 속에 넣어둔 자동차 열쇠는 오늘 기필코 완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지난번처럼 근육경련으로 인해 중도 포기를 해야 할 경우의 수를 감안하면 약간의 두려움도 마음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자동차 대로를 좌로 하여 가다가 한옥마을 쪽으로 길을 틀어 경기전 앞을 지나면서 아차!’하고 생각나는 것은 첫째로, 모자를 가져오지 않았기에 햇볕에 유독 약해서 열기에 늘어지는 하안검이 걱정되면서 맨몸으로 시작한 길에 식수도 염려된다. 중간중간 가게에서 모자를 팔기는 하는데 이미 등산용 챙 넓은 모자가 있고, 지난주에 받은 용돈이 부족하여 그냥 지나치고서 강암서예관을 우로 두고 좌향좌 하여 한벽당을 향해 가다가 승암사를 지나고 나서 치명자사 성지와 요양병원을 지나치면서 쏟아지는 햇볕에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해질 때쯤 멀리 신라 신세대 지큐빌 아파트가 보이는 데 오고 가는 중년과 장년 남녀를 마주치는 빈도가 줄어들고 터널 밑에 조성된 미술관을 지나 월암마을 입구에서부터는 혼자만 걸어야 하는 지루한 앞길을 알기에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겹칠 때쯤 상관면사무소를 지나면서 식사를 하려고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백반집이 보이지 않아 그냥 한일 장신대 쪽으로 방향을 틀어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 신호등 있는 건널목을 건너면서 한일장신대 앞에 있는 매점 겸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데 걸린 시계가 1240분을 가리키고 있어 내가 잘못 본 것인가 하여 핸드폰 시계를 보니 1239분이라 지나온 거리를 보니 대충 10킬로미터를 지났다. 김치찌개를 주문하여 식사하는데 공깃밥 양은 적고 찌갯거리는 충분하여 간단히 식사하고 드디어 왜목재를 향해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면서 우측의 저수지를 보고 올라가다가 중간중간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지난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고개를 내려선 후 긴 거리의 체력안배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나, 꾸준히 올라가도 보니 좌측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과 쉼터바위가 있어 휴식을 취하면서 나머지 거리를 가늠해보니 왜목재까지 1킬로 정도 남은 듯하여 천천히 걸음을 걷는다. 나중에 약 270미터 정도의 고도를 넘은 것으로 보이는 보광재에 다리 근육에 무리 없이 도착함을 안도하고 인증사진 몇 장을 찍고 내리막길을 재촉하여 태실마을 입구 쪽으로 갈 때부터 시작된 불볕더위에 그늘을 쫓아 이리저리 길을 건너고 중간중간 큰 그늘에 쉬기도 하면서 태실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정자에서 쉬다가 태봉초등학교 앞 슈퍼에서 음료수 한 병을 사 먹고 창명초등학교 쪽 방향으로 가서 드디어 원당교를 만나고 삼천 우측 제방에 진입한다. 양쪽으로 심은 나무들의 그늘 도움을 받으면서 가지만 계속 신호를 보내는 다리 근육의 신호로 중간에 몇 번의 쉼을 가지다가 떨어져 가는 핸드폰 배터리 충전을 위해 카페에 들러 복숭아아이스티를 사 먹고 핸드폰 충전을 부탁하고 나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핸드폰을 찾아 길을 재촉하다가 서곡을 향하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 좌측 천변길을 따라가다가도 간간이 올라오는 근육통에 시원한 다리 밑에서 쉬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집에 도착한다.

이동거리 31.78Km 운동시간 6:18:41 휴식시간 22:07 소모열량 1,754Kcal 평속 5.0Km

 

 

 

 

좀머씨 이야기(원제:좀머씨의 죽음 저자:PATRICK SÜSKIND)

 

이 책은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읽은 명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한 마을에서 살았던 주인공 어린이는 그 나이에 그 지역에서 그 시절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성장하는 그냥 보통의 아이들이고 그런 시절에 그가 살던 동네 구성원 중에는 알기는 하지만 잘 모르는 한 가족이 살았는데 바로 HERRN SOMMER 씨였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여기에 살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저씨이지만 주인공이 사는 곳에서 하루에 한 번쯤은 눈에 띄는 사람으로 특징이라곤 커다란 지팡이와 등에 멘 배낭 그리고 아침에 집을 나가 저녁 무렵이면 돌아오는 먼 길을 걸어다닌 다는 것 뿐으로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말을 섞거나 관심을 가지고 사귀거나 접근한 적이 없지만, 마을주민 누구나 아는 사람인데 주인공의 기억 속에 확실한 장면 두 개 중 하나는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날 여전히 길을 걸어가는 좀머씨를 발견하고 걱정이 된 주인공의 아버지가 자기의 차에 타도록 여러 번 권유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그냥 걸어가는데 재차 권유하는 아버지를 향하여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는 장면 하나와, 먼 훗날 호수 물속을 향해 걸어가다가 모자를 남기고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지켜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마을에서 어린이처럼 커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거기에 주목하여 동화처럼 사는 주인공을 동경하거나 하는데 이 책의 제목에서 알아야 할 좀머씨의 모습을 우리는 점차 잊고 주인공의 생활과 성장에 몰입하여 이 책의 제목이 왜 좀머씨 이야기인지 잊어버릴 정도이지만 내가 느낀 압권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좀머씨의 목소리가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던 내 마음에 망치를 두드린 날이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는 좀머씨에 대하여 내면으로 유추하거나 상상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자살하기까지의 내면의 고통 고독 우수 외로움을 고민하지 않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도 문득문득 느끼는 우리의 고독과 외로움은 좀머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면서 내가 좀머씨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했던 기억이 있고, 이후 동유럽 4개국을 여행하면서도 중간에 호수에서 차를 잠깐 멈추고 쉴 때가 있었는데 그때 호수길 저쪽에서 걸오는 여행자의 모습이 이 책의 삽화에 나왔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여 놀랬던 적이 있고, 그 전에 일본인 카톨릭 신부가 쓴 고독에의 도전이라는 책에서 느낀 사람들 내면의 고독이 겹치면서 이 책을 내가 애장하게 된 계기이고 쥐스킨트 책 애독자가 된 전환점이기도 하다.

우리 한번 나를 생각하면서 좀머씨의 외마디 말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라고 했는지,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생각과 의식을 타인에 의해서 조정당하는 부분이 있을 때 그냥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과 경험이 좀머씨처럼 방해받고 싶은 적이 없었는지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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